지난 일주일 간의 여름휴가는 낡은 사물과 옛 사람들을 돌아보는 행위로 마무리했다. 기억하기론 2015년 즈음 장만한 검정 첼시부츠의 아웃솔을 교체하기 위해 삼각지의 부츠 전문 수선점을 찾았다. 비싼 구두는 아니지만 발볼과 길이 사이의 균형잡힌 비례미와 날렵한 피니쉬가 마음에 들어 착화한 발을 쳐다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십 년이면 사람도 물건도 서로 정과 길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돈을 조금 더 보태 새 것으로 바꾸는 건 전혀 내키지 않았다. 2주 후에 말갛게 새로워진 한 쌍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구둣방을 떠나 숙대입구 방향으로 얼마간 걸어 서교동에서 와인스탠드를 운영하다 2년 전 술집을 접고 남영동에서 사워도우 브레드를 굽고 있는 사장을 찾아갔다. 당시 시중에 드문 내츄럴 와인을 마시러 서너 번 드나들며 알게된 가게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서울대에서 만난 남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본인은 출판 번역자로 살아가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의기투합. 와인 애호가 남편의 지식과 열정, 아내의 제빵 취미를 결합해 포카치아, 깡빠뉴 따위를 곁들인 와인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와인스탠드라는 업종이 무색하게 점차 빵 맛집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더니 결국 와인을 뺀 베이커리로 거듭나게 되었다. 빵만 만들어 파는 지금이 벌이가 훨씬 좋다고, 새벽에 눈뜨고 밤에 일찍 잠드는 심심하고 건전한 삶이지만, 빵맛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과 칭찬 덕에 성취감이 매우 크다고 한다.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반갑고 신기했고, 또 삶의 변덕과 그 위력, 거기에 대처하는 유연한 용기에 대해서 모르타델라 샌드위치를 베어물며 생각하게 되는 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