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을 지내고 은퇴한 필립 드 몬테벨로와 영국인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피렌체, 파리, 런던, 뉴욕,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의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며 예술을 감상하는 태도, 미술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어판 제목 ⟪예술이 되는 순간⟫ 보다 “예술과의 조우”라는 원제가 훨씬 적절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자는 예술을 대하는 감상자의 주관과 능동성이 드러나는 반면, 전자는 제목만 봤을 때 일차적으로 해석되는 의미가 상당히 포괄적일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의 특성에 따라 예술로서의 자격을 획득하기도 하고 거기에 미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뉘앙스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내가 이해한 드 몬테벨로 씨는 근현대 미술 보다는 고대, 중세 및 르네상스 예술에서 확고하고 독특한 취향과 감식안을 지닌 전문가이다. 프랑스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과 백과전서식 전시를 추구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한 평생을 근무한 이력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는 미술관의 마땅한 지향점이 대중화 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술 감상의 평이화 (만약 이런 표현이 있다면)가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 우리 자신의 것보다 더 높은 감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라고 조금의 굽힘 없이 주장한다. 그렇다고 그를 서구 중심의 미술사에 경도된 고답적인 서양 예술 우월주의자라고 보긴 어려운데 고대 메소포타미아 아시리아 제국의 사자 부조상, 캄보디아 크메르 부족의 12세기 나가 조각 등에 대해 경탄해 마지않는 모습과, 몇 년 전 파리에 들어선 장 누벨 건축가의 케 브랑리 미술관이 오세아니아, 사하라 아래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 예술을 하나로 뭉뚱그려 전시하는 제국주의적 시선과 기획에 대해 강한 반감과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점에서 이는 분명히 나타난다.
필립 드 몬테벨로의 차분한 대화 상대자로 역할을 충실히 한 마틴 게이퍼드는 과거 데이비드 호크니, 루시안 프로이트와의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책으로 펴낸 경험을 통해 증명했듯 드 몬테벨로 씨의 통찰이 담긴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자 의뭉스럽게 유보적인 의견과 엉뚱한 질문을 내어놓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노련한 인터뷰어라는 인상이 들었다.
이로써 2025년 1월은 미술, 예술에 관한 책 2권으로 마무리 지었고 2월은 아마 사회학 관련 책을 읽을 것 같은데 정리가 될지는 모르겠다. 재미도 별로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