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기적으로 꾸는 악몽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군대 내무실에서 겪는 에피소드로 내용의 디테일은 다소 떨어지나 꿈꾸는 내게 남기는 공포심과 저주받았다는 느낌 만큼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반면 두번째 유형인 모종의 시험을 통과하는 꿈은 그때 그때 내가 몰두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주제들이 변주되어 출제되어 현실적인 해상도가 아주 그럴싸하게 또렷해 잠에서 깬 직후에는 꿈 속에서 씨름한 시험 문제 조차 기억이 날 정도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은 꾸는 것 같다. 씨발. 어제는 철학 관련 시험을 봤는데 명백하게 자기 전에 읽은 자크 라캉의 사상에 주석을 단 알랭 바디우 세미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올해 초부터 띄엄띄엄 읽고 있는 이 야무지게 고지식한 노란 책은 사실 보고 있노라면 텍스트가 그저 내 머리를 스쳐서 지나간다는 기분이랄까, 희미한 기미를 남긴 채 더듬더듬 간신히 논지를 좇아가는 행위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고약한 프랑스 철학의 동어 반복적 만연체 해설로 가득찬 글이다. 나는 뭔 생각으로 이 주제에 손을 대었는지, 뭔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굳이 끝을 보려는지 그냥 덮어둔 채. 알랭 바디우가 비평한 자크 라캉의 니체에 대한 해설을 내가 충분히 이해할 도리가 있겠나. 43점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나는 절망했고, 우울한 기분으로 정신을 차렸고 화장실에 갔다가 브리타 물통을 기울여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가을 빗소리를 들으며 막내 루이 발바닥을 만지며 다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