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Picks 2024

어제는 회사 동료 결혼식이 있어 20여년 만에 창원을 다녀왔고 (무려 왕복 11시간! 전세 버스 안에서 스러져 간 내 토요일), 오늘은 종료가 얼마 안 남은 백현진 작가 전시 <담담함안담담함 라운지>를 보러 광화문에 갔다. 
일민미술관 전시는 편한 마음으로 거르는 지라 10년 가까이 발길을 끊었다가 이번에 [IMA PICKS]라는 연례 단체전을 통해 차재민, 백현진, 김민애와 같은 동시대 한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카페 이마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와플과 함박스테이크의 인기가 여전한지 대기자를 포함해 손님들로 넘쳐났다. 그에 비해 텅 비었다 싶은 미술관에는 태평한 11월의 가을 햇살이 낮게 드리우고 있었다. 
작가별로 한 층씩 각각 영상, 회화, 설치를 주 매체로 저마다의 주제 의식을 펼쳐 놓았다. 1층 차재민은 죽음이라는 자연의 현상을 소멸이 아닌 전이와 변화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가상의 연구자와 작가 사이의 서신을 통한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 낸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상에 이야기를 담아냈다. 2층에서는 낙관적이고 소탈하기까지 느껴지는 백현진 작가의 사물에 대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삶을 지각하는 그의 태도가 꼼꼼하고 일관성 있게 그리고 그 위에 우연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그리어져 있었다(고 믿는다). 마지막 작가 김민애는 무심한 일상의 사물과 소재를 활용해 현실에 대한 짖궂은 농담으로서 미술을 (혹은 그 반대로) 너무 무책임하지 않을 정도의 진중함과 설득력 높은 완성도로 재현해냈다. 
일민미술관이 어엿한 제도 미술 기관으로 (내게) 다시 평가받을 충분한 계기가 된, (내게) 절망감을 안기지 않을 만큼 난해함으로써 나의 체력과 집중력을 적당히 요구한 흥미로운 9천원짜리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