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을지로 남포면옥에서 옛친구와 함께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을 나눠 먹은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이보다는 쏼쏼-하는 기세에 가까운 올해, 우리는 우래옥 평랭을 한 대접씩 비우고, 철물점 윗층 바에서 카발란과 로완스크릭이 익어간 소박한 세월을 느꼈다. 생일이 근사하다는 사소한 구실로 두터운 유대감을 형성한 옛친구와 나는 공연히 나이만 한 살 더 먹은 건 아닌 것 같다. 그 사이 제각각의 딸들은 한국어 능력을 습득했고(즐거운 일!) 그들의 말솜씨와 비례해 우리는 조금씩 쓸쓸해졌다(울적한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