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한낮에 태어난 나로선 여름을 이루고 있는 계절적 요소들을 꽤나 좋아하고 선험적인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음습하고 지리한 장마와 숨막히고 살을 에는 듯한 불더위가 맞닿아 있는 극적인 대비는 파괴적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굳이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강렬한 사건들과 매혹적인 경험을 틀린 적 없는 예감처럼 으레 이 즈음에 겪어왔기에, 언제든 놀라운 일이 당장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각성 상태에 넌지시 들어선다. 심지어 미지의 그 순간이 나에게 슬픔의 실체로 다가와 내 기억에 아주 신 상처를 남긴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찌되었든, 내 유일한 생명을 가장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화양연화의 시기라는 것. 사회적 혼란과 기쁨을 동시에 불러온 만 나이 제도가 도입된 덕에 지난 달에 비해 오히려 두 살 젊어졌지만, 조만간 다시 인생의 중년에 공식적으로 접어들 이번 여름에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깊이 누리고, 해상도 높은 사랑이 마음에 그득하기를 바란다. 그 대상이 말러 교향곡이든 무목적 지식이든 잘 아는 사람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