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이 사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실존적 깨달음은 삶에 대한 진정한 감사와 기쁨의 조건이 된다. 집착과 겸허, 두려움과 담대함과 같은 대립항들은 개념상의 간극과는 달리 의외로 맞닿아 있는 듯하다.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태도는 이러한 역설적 진리를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현상이라고 믿는다. 나는 절박하고 생경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삶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속하게 되는지 재확신을 거치는 지금 창밖에 쉬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 만큼이나 또렷하게 모든 순간을 체감한다. 막연하게 두려운 불안이 가슴 벅찬 기대감으로 전이되는 신비를 숨 죽여 바라본다.